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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기(2024. 3. 7). 뉴스 보려 유튜브 접속하는 시대, 언론이 외면받지 않으려면, <오마이뉴스>
- 등록일 :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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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08373
부산에서도 총선 열기가 뜨겁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총선 후보자를 속속 결정하고 있다. 한 지역은 내부 경선을 통해 후보자가 결정됐고, 다른 지역은 전략 공천으로 후보자가 결정됐다고 한다. 그리고 한 예비후보는 출마를 선언했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포기 결정을 했다고 하고, 다른 예비후보는 전략 공천이 부당하다며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시의회, 구의회 의원 아무개가 A 지역구의 예비후보 B를 지지했다는 이야기, 또 다른 사람들이 A 지역구의 C를 지지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처럼 부산 시민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지역의 선거 관련 뉴스를 지역의 언론을 통해 접하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선거 뉴스는 유권자로 하여금 '또다시 선거철이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각 정당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후보자를 선정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내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수없이 쏟아지는 뉴스의 행간을 읽기에는 정보의 밀도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각 후보가 소속된 정당이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떠한 공약을 선보였는지, 입법에 대한 어떠한 전문성과 철학을 가졌는지를 체계적으로 비교·정리한 뉴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정당 내부 경선에서 A 예비후보가 B 예비후보를 이기고 후보자가 선정된 이유, 호기롭게 출마를 선언한 C 후보가 출마를 포기한 진짜 이유, D 예비후보자가 특정 지역에 전략 공천된 배경 등의 원인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A 후보의 공약이 무엇이길래 B 후보를 이겼는지, C 후보의 비전이 무엇이길래 전략 공천이 된 것인지, 같은 지역구의 예비후보인 A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사람들의 주장과 B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떠한 맥락에서 지지 선언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알 길이 막막하다.
음식점에 메뉴는 많은데, 음식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지금의 선거(총선) 보도는 '현상'에 집중하되 현상의 '원인'과 '맥락'을 파악해 독자(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기능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단순히 오늘 부산 지역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각 정당의 지지율은 어느 정도라는 수준의 선거 보도는 결코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지 못한다. 오히려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필자가 만난 일부 지역 유권자들은 신문과 방송에서 접한 사건의 맥락과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유튜브'에 접속하곤 한다고 말한다. 유튜브에서는 정치 유튜버들의 시원하고 명쾌한 사건에 대한 원인 규명이 시시각각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유튜브에서 팩트체크된 뉴스, 편향적이지 않은 논평을 기대하긴 어렵다. 결과적으로 지역 언론이 현상의 맥락과 원인 파악에 집중하지 않은 가벼운 선거 보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 지역민들의 지역 언론 회피와 합리적 투표행위를 막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은 선거(총선) 초반이다. 이제 곧 각 정당 후보자가 확정될 것이다. 그러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뉴스가 쏟아지게 될 것이다. 이번 부산 지역 선거 보도는 사건을 흥미위주의 보도, 속보 위주의 경마식 보도만으로 일관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산 지역 언론사들은 국회의원으로서의 후보자 자질 검증, 정당과 후보자 공약 검증, 상대 후보에 대한 발언 교차 검증, 선거 데이터의 행간에 대한 심층 분석과 같이 현상의 '원인'과 '맥락'을 분석하는 심층보도를 확대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외면을 막고, 지역민들의 합리적 투표행위를 이끌어 내는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부산 지역의 선거(총선) 보도가 그 어느 지역의 선거 보도보다 시민 알권리에 충실한 보도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동명대 광고홍보학과 이정기 교수